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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립 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본문

dance

광주 시립 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첫비행 2020. 12. 20. 17:48


2020. 12. 19 2:30/7:30
광주 문화 예술회관
장운규/전효정 개정

플북 기준으로 광주 시립 발레단의 단원 (무용수) 수는 52명. 이번에 객연 무용수는 6명 참여. (귀족과 라일락 요정)
백조의 호수 때만해도 객연 군무가 많았는데 최단장 취임 이후 단원 충원되면서 이번엔 거의 자체 인력으로 꾸린 무대였음.

솔직히 잠미녀 신작 얘길 들었을 땐 이 단체 규모로 제대로 살릴 수 있겠나 싶은 우려가 앞섰다.

그럴 수 밖에 없던 게 잠미녀는 태생부터가 인력과 예산과 들이부어서 호화로운 무대 미술 + 차선생의 끝발 날리는 음악 + 원숙기 프티파의 아카데믹한 스타일 안무의 완성형.
클래식 고전 중에서도 잠미녀는 돈 잡아먹는 프로덕션이 많은 데다가 단체고 솔리스트고 밑바닥과 기본기를 탈탈 털어서 전시하는 작품임.
프티파가 플랜 짜서 꽉 짜여진 구성과 음악과 안무는 도망갈 구석을 안 준 데다가 필요한 솔리스트는 많고 그거 제하고 주역 (특히 오로라)는 등장부터 끝까지 빡센 주제에 (주역 발레리나에게 가혹한 클래식 작픔 중 하나) 실수하면 티는 파는데 비해 넘사벽 음악성과 테크닉을 “티 안나게” 잘 써먹어야 볼만해짐.

무엇보다도 인원 수가 적어서, 군무와 솔리스트 역할을 줄일 거라 생각했는데, 외려 춤 안 추는 배역을 줄이는 대신 군무에 인력 대거 투입하고 주요 바리에이션 살리고 잘라낸 쳐내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2막 구조로 압축해서 효과적으로 경량화시켰음.

마린스키의 세르게이예프 개정 베이스로 깔린 것 같은데, 인원 배치를 아주 고민을 하면서도 잠미녀의 아카데믹한 스타일은 최대한 살렸어.
등장만 해 있는 엑스트라 역을 최소한으로 배치해서 자칫 비어 보일 수 있는 무대 위를 군무와 솔리스트들이 끊임없이 다채롭게 채워줘서 실제로는 무대 비어 있는 시간도 적었고, 꽉 차 있는 느낌이었음.
특히 군무. 1막 1장의 질서 정연하고 좌우 대칭 딱 맞추고 우아한 요정들의 군무, 2장의 발랄하고 화사한 갈란드 왈츠와 4로즈, 2막 1장에서 로맨틱 튀튀 입은 숲의 요정들 군무, 2막 2장에서 마주르카 군무.
그리고 까마귀를 모티브로 한 카라보스의 부하들의 역동적이 군무.
각기 성격 다른 이 네 파트의 군무가 멋지게 바리에이션과 그랑 파 사이들을 채워줌. 특히 1막에서 군무들을 이끄는 카나리아나 요정들과 주고 받는 부분 참 재미있고 근사했음.
그리고 남자 군무들이 몰라보게 좋아졌더라. 1막 요정 파트너들이나 카라보스 부하들의 높이 쫙 맞춘 앙트르샤나 점프들과 같이 서로 합이 잘 맞았음

회당 배역 수가 (아역 넷 제외) 122 이고, 실제 회당 출연자 수는 60명. 플북 기준.. 세다가 헷갈려서 한 둘 오차는 있을 수도...
여기에 부담이 큰 라일락과 오로라 배역들은 돌려막기 없이 자기 배역만 췄으니 (오로라와 라일락을 돌려막기 하는 정신 나간 캐스팅은 하지 말라고!) 실상 군무들은 인당 두 세 파트씩은 기본으로 전막 내내 옷 갈아입느라 정신 없었을 것 같다.. (무대 뒤에서 서포트 팀들도 고생했을 듯.)

작은 컴퍼니를 60-70명 규모 컴퍼니로 뻥튀기한 최대 공로자는 바로 이 군무들. 군무 부담이 적지 않았을 텐데 정말 군무 퀄 잘 뽑았음.
군무와 코치진들은 정말 큰 박수를 받아야 하는 프로덕션이었음.
사실 1막 중간의 뜨개질 씬이 살아남은 것과 중간의 애니메이션은 바로 이 군무들 준비 시간 확보하는 의미도 있었을 거야.

특히 개인적으로 1막 1장과 2막 1장 요정 군무들이 정말 좋았음.

디베르티스망 중에선 보석이 잘린 거 좀 아쉽지만, 그것까지는 무리지 싶긴했음. (신데렐라는 안 하는 데가 더 많으니 뭐.)
마찬가지로 마임 연기하는 사람 위주에 의상 잔뜩 필요한 왕자 일행 사냥 장면이 날아가면서 100년이라는 시간차가 두드러질 부분이 사라진 것도 좀 아쉽긴 하지만, 건져낼 게 춤이 우선이었다면 납득.

왕자 의상에서만이라도 100년이라는 시간차가 보였으면 좋았을텐데... 100년 사이에 바뀐 유행이 호박바지 => 타이즈라니...
왕자의 의상을 1막 오로라랑 굳이 맞출 필요는 없는 것 같긴 함.

그래도 바리에이션과 파 드 두는 거의 다 살림.

파랑새는 캐스팅이 다 다르던데 막공 못 봐서 아쉬움.
테크닉 좀 있는 남성 단원을 그래도 파랑새에 배치한 인상. 아다지오 서포트 스킬들은 죄다 아쉬움이 있지만 바리에이션과 코다만 놓고 본다면 토요일 낮공 박범수 씨가 괜찮았던 듯.
남성 솔리스트가 매년 발전하는 게 보여서 다행이긴 한데... 더 힘냅시다.
데지레는 토요일 저녁 우건희 씨가 스트리밍/실연 통틀어서 제일 나았어. 보그단은 우째 타란텔라에서 점프마다 축이 기우는 통에 보는데 불안 불안했음
잠미녀 그랑 파 아다지오에서 우건희 씨와 강민지 씨의 호흡이 멋졌음. 음악 맞춰서 피루엣 서포트로 팩팩 돌리고, 밸런스 아주 안정적.
라일락 요정은 두 캐스팅이 다 조금씩 실수가 나오긴 했는데 박경애 씨는 1막에서 실수 나오니까 프리렉에 신경 못 쓰는 게 보임. 다행히 2막부턴 괜찮아졌지만.
플로리나 공주역인 공유민 씨 홍주연 시 둘 다 확실하게 동작 완성 가져가고 다음 동작 연결하는 깔끔함.
카라니아 요정이었던 조희원씨, 순발력있고 민첩하면서 동작 정확하고 발랄해서 아주 잘 어울림. 요정 군무를 이끌고 나올 때도 밝고 당당해서 눈에 띄더라. 로즈4인무에서도 그랬고. 나중에 코펠리아에서 스와닐다 추는 걸 봤음 싶어. 아니면 발란신의 심포니 인 씨 삼악장도 잘 어울릴 듯.
1막 요정 솔리스트 중에 임예섭 씨, 김민영 씨도 눈에 띔.

그리고 오로라
김지영 씨는 이게 세 번째 프로덕션일 걸? 네덜란드 시절 피터 라이트 판, 국발의 하이데, 그리고 이번.
로즈 아다지오 첫 밸런스에 왕자들이랑 호흡이 잘 안 맞던지 좀 흔들리긴 했는데 그 와중에 앙 오로 밸런스 기어이 네 번 다 잡고 넘어가더라.....
뒤이은 바리에이션은 뭘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잘 아는 베테랑의 관록과 여유가 넘치는 춤. 그 와중에 오케 하드 캐리 하시고.
음악 어느 부분에서 시선 처리와 어깨와 팔 그리고 발동작 타이밍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데 역시 눈을 못 떼겠음. 중간에 반주 길게 잡을 때 딱 파세 발란스 자연스럽게 늘이면서 라인 잡는데 좋아서 눈물 났음.
숲 장면에선 1막에서 보여줬던 선명한 액센트 대신 떠다니는 듯 한 아련함이 강조됬고, 그랑 파 바리에이션은 역시 원숙하더라.
마지막이 될 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김지영 시 오로라 전막을 다시 보게 되서 정말 기뻤음.

강민지 씨는 화려하고 섬세한 폴 드 브라나 능숙한 시선처리는 아직(...하필 이 부분은 왕고참인 김지영씨 먼저 봐서인 것도 감안해)이지만,
정확한 스탭과 안정감이 있는 가운데 1막은 발랄함이 돋보였어. 먼저 언급했지만 그랑 파 아다지오는 이 페어가 호흡이 잘 맞아서 좋았음.

초연 시즌인 만큼 실수가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재미있는 공연이었음.

오케는 솔직히 작년까지 광주 여성필과 다른 지휘자들 조합이 더 호흡 잘 맞았는데... 이번엔 지휘 아쉽더라.
그리고 현장 음향은 나쁘지 않았음. 스트리밍 녹음이 이상하게 된 것 같음.

 

사족: 상체 라인 마저 가려버리는 파랑새 솜털 처리 필요. 차라리 떼서 배게 채우는 용으로나 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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